최근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승환 교수 연구팀이 이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았다. 연구팀은 우울증 환자의 뇌파(EEG)를 분석해 뇌 신경망 기능을 측정함으로써 항우울제 반응성을 예측할 수 있는 뇌파 신호의 특징을 밝혀냈다. 연구 결과는 정신의학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 ‘심리의학(Psychological Medicine)’ 최신호에 게재됐다.
◇ 주의력과 감정 조절이 치료 반응성에 영향 미쳐
연구팀은 우울증 환자 367명(치료 저항성 98명, 치료 반응 양호 269명)과 건강한 성인 131명의 뇌파 데이터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치료 저항성 우울증 환자는 주의력과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특정 뇌 네트워크의 연결성이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두안구 영역과 두정엽의 연결이 약화해 있었다. 이 부위는 섬세한 정서조절, 충동조절, 사회성, 주의력 조절을 담당하는 영역으로, 이 연결성이 약하면 외부 자극에 대한 정서조절의 실패나 사회 기능저하, 집중력 저하가 발생하고 부정적인 생각에 집착할 가능성이 높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치료 저항성 우울증 환자는 ▲주의력 조절을 담당하는 뇌 부위(전두안구 영역, 두정엽)의 연결성이 약하고, ▲감정 조절 및 보상 회로 기능이 저하되어 있으며, ▲자신을 되돌아보는 역할을 하는 후대상피질의 활성도가 과도한 특징을 보였다.
◇ 뇌파 검사를 통한 맞춤형 우울증 치료 가능성 제시
이번 연구는 뇌파 검사를 활용해 우울증 환자의 치료 반응성을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연구팀은 향후 뇌파 검사가 표준화된다면 우울증 초기 진단 시 항우울제 반응성이 낮을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미리 선별해 맞춤형 치료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이승환 교수는 뇌파 검사의 상업적 목적을 위해 2019년부터 디지털 멘털헬스테어 회사인 ‘비웨이브(주)’를 창업해 운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약물 치료가 어려운 환자들에게 전기 뇌 자극 치료(TMS)나 인지행동치료(CBT) 등의 대안 치료를 병행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어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줄이고 최적의 치료법을 신속하게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승환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우울증 치료가 획일적으로 진행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환자별 맞춤 치료 전략을 수립할 가능성을 확인했다”라며 “뇌파 분석을 통해 조기에 치료 저항성을 예측하면, 불필요한 시행착오 없이 최적의 치료법을 찾을 수 있어 치료 저항성 우울증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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