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에너지 패러다임의 대변화, 우리도 대책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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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6-04-09 오전 5:00:00

    수정 2026-04-09 오전 5:00:00

미국과 이란이 ‘2주 휴전’에 합의하면서 중동 사태가 한숨 돌리게 됐다. 양쪽이 협상 테이블에서 대면하고 호르무즈 해협도 다시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세계의 화약고’라는 중동이 언제 무력 충돌의 전장으로 다시 돌변할지 아무도 모른다. 중동만이 아니다. 분열과 대립 갈등, 자국 이익에 따른 각자도생의 신국제 질서 속에서 무력 분쟁과 군사적 충돌은 어디서 어떻게 발생할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이번 사태에서 한국처럼 에너지 자급률이 낮은 국가가 철저하게 인식하고 단단히 대비해야 할 게 있다. 에너지 시장의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에너지 문제에서 큰 원칙은 ‘효율성’이었다. 기업과 개인 등 사용자부터 정책까지 효율과 편리가 큰 관심사이자 원리였다. 하지만 이제 에너지는 곧 안보 문제이고, 안정적인 물량 확보가 지상 과제가 됐다. 외교 안보 등 국제질서의 근본 축에서도 에너지는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된 것이다.

지난 연초 미국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도 이 나라 석유에 대한 미국의 특별한 관심이 반영된 것이었다. 도널드 트럼트 대통령은 이런 사실을 감추기는커녕 자랑삼아 언급하기도 했다. 이란과의 전쟁 와중에서 “석유가 필요한 나라들은 호르무즈 지역에서 스스로 확보해 가라”는 취지의 공개 언급도 했다. 일본 등 많은 국가가 외교력을 총동원해 물밑 작업으로 협상을 벌이고 급한 물량 확보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에너지는 통상을 넘어 외교 안보 군사의 핵심 동인 내지는 어젠다가 됐다.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 수출국인 카타르가 한국을 포함한 수입국에 공급중단(불가항력 선언)을 일방 발표해 우리나라를 긴장시킨 것도 하나로 연결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이 얼마나 취약한지 여실히 보여준다.

이란전쟁이 이대로 수습돼도 에너지 가격은 당분간 고공 행진을 할 것이다. 더 심각한 우려는 돈만 있다고 원유나 가스를 원하는 대로 쉽게 살 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는 점이다. 설령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해도 그것만 믿고 물 쓰듯 에너지를 쓸 수가 없게 됐다. 일상의 소비 행태, 산업의 에너지 소비, 수급의 대내외 정책, 비축 문제에 걸쳐 근본 틀이 확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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