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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은 정치인의 무덤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대통령들은 대체로 연임에 성공했지만 단임에 그친 소수의 대통령들은 대부분 인플레이션에 발목을 잡혔다. 1976년 대선에서 패한 제럴드 포드, 1980년 대선의 지미 카터, 1992년 대선의 조지 H.W.부시, 2024년 대선에서의 카멀라 해리스 등은 모두 인플레이션이라는 쓰나미에 휩쓸려 선거에서 패했다. 인플레이션은 보유하고 있는 돈의 실질 구매력을 낮춰 국민을 가난하게 만들기에 집권자들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가한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또다시 ‘TACO’(Trump Always Chickens Out·트럼프는 항상 결정적인 순간에 겁먹고 뒤로 물러난다)가 쓰인 카드를 이란에 내밀고 있다.
물론 전쟁의 종결을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만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란 역시 뚜렷한 출구전략을 갖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전쟁과 협상 국면 모두에서 완강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의 ‘속전속결’식 접근이 현실과 괴리를 보인 사례는 이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확인한 바 있다. 그는 취임 이후 한 달 내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했지만 전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결국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은 트럼프가 아니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결단에 더 크게 좌우되는 사안이라고 보는 것이 현실에 가깝다.
이 같은 주가 반등의 이면에는 설령 물가 불안이 가시화하더라도 중앙은행이 기계적인 긴축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자리하고 있다. 경제 내 과잉 수요로 물가가 상승할 경우에는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이 정당성을 갖는다. 그러나 공급망 교란에 따른 비용 상승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상황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중동 전쟁 이후 유가 급등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지만 이는 수요 과열의 결과라기보다 외생적 충격에 가깝다. 이런 국면에서 기준금리까지 인상한다면 가계와 기업이 체감하는 부담은 한층 가중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금리 인상만으로는 인플레이션의 근원인 전쟁 자체를 해소할 수 없다는 점에서 정책 대응의 한계도 분명하다.
실제 전쟁 이후의 경제 여건을 반영한 3월 지표를 보면 주요국의 물가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 성격은 수요 확대보다는 비용 상승에 기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큰 폭으로 올랐지만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물가 상승률은 2.6%로 전월(2.5%) 대비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최근의 물가 불안은 전형적인 수요 견인형 인플레이션이라기보다 전쟁에 따른 비용 전이 성격이 강하다. 이러한 인식하에 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중앙은행이 일정 수준의 인내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됐고 이는 최근 주식시장의 상승세를 지탱하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동 전쟁 발발 직전 미국 국채 2년물 금리는 3.37%, 10년물 금리는 3.94%였다. 4월 13일 기준으로 각각 3.77%와 4.29%를 기록하며 상승하기는 했지만 전쟁 이후 31거래일 동안의 상승폭은 2년물 0.39%p, 10년물 0.35%p에 그친다. 금리가 오르기는 했으나 ‘발작적 급등’과는 거리가 있는 움직임이다. 이는 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와는 분명한 대비를 이룬다. 당시 전쟁 발발 이후 31거래일 동안 2년물 금리는 0.93%p(1.58%→2.51%), 10년물 금리는 0.74%p(1.96%→2.70%) 급등했다.
당시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완화 이후의 ‘보복 소비’로 수요측 물가 압력이 이미 높아진 상황에서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까지 급등하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급격히 확산했다. 이에 따라 중앙은행의 공격적 긴축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금리 급등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전쟁 발발 직후 공격적인 금리 인상 사이클에 돌입했고 그 여파로 글로벌 자산시장은 큰 조정을 겪었다. 반면 현 상황은 물가가 상승하더라도 중앙은행이 선제적인 긴축 정책을 쓸 가능성이 낮다. 미국 국채 금리가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한다면 글로벌 증시의 반등 기조 역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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