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직장인 4명 중 3명이 해고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실제로 노동조합을 만들자고 제안했다가 해고를 통보받은 경우부터 정시 퇴근·연장근로수당을 요구했다가 실직을 한 경우까지 ‘쉬운 해고’로 인한 피해를 입었다는 목소리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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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2일부터 11일까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해고 요건을 강화하는 법 개정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자가 74%에 달했다고 16일 밝혔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를 금지하고 있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이나 비정규직, 특수고용자 등은 이같은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경영상 이유에 의한 정리해고’의 경우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를 광범위하게 인정하고 있어 이른바 ‘쉬운 해고’가 가능하다는 게 단체의 설명이다.
또 응답자 55.5%는 ‘한국 사회는 해고가 어려운 사회가 아니다’라고 응답했으며 상대적으로 고용 시장에서 약자인 여성(60.2%), 비정규직(59.5%), 비사무직(60.2%), 150만원 미만 근로자(63.5%)에서 높게 나타났다.
단체는 지난해 직장갑질119에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상담’ 1716건 중 해고 관련 상담은 443건(25.8%)으로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상담에 이어 두 번째로 상담이 많은 유형이라고 답했다.
이달의 한 상담에 따르면 직장인 A씨는 직원들에게 노조를 만들자고 제안했다가 사측으로부터 권고사직을 권유받았다. A씨가 이를 거절하자 사측은 A씨를 보직해임, 자택대기발령을 내린 뒤 인사위원회를 열어 해고했다. 직장인 B씨 역시 회사에 정시 퇴근과 연장근로수당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이번 주까지만 출근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근로기준법상 ‘해고 제한 규정’이 있지만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직장인들도 상당한 상황이다. 근로기준법상 ‘경영상 이유에 의해 해고하기 위해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어야 한다’는 해고 제한 규정을 인지하지 못하는 이들은 31.8%에 달했고 ‘해고 30일 전 통보’ 규정을 인지하는 못하는 이들은 36.1%였다. ‘해고 사유와 시기를 서면통지해야 한다’는 규정을 알지 못하는 이들도 31.9%에 달했다.
단체는 근로자들이 ‘쉬운 해고’ 속 제대로 된 보호가 이뤄지지 않는 점을 지적하며 입법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현준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노동자가 해고로부터 보호될 수 있도록 입법·사법 차원의 논의와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경제 위기에 따른 대규모 정리해고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대책이 빠른 시일 내에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