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같은 과제를 받아도 어떤 학생은 월 수십, 많게는 수백달러의 최상위 모델로 정교한 보고서를 만들고 어떤 학생은 무료 챗봇의 기본 응답에 의존한다. 도구의 차이는 곧 사고의 차이로 사고의 차이는 곧 평가의 차이로 이어진다. 사교육비 격차가 학력 격차를 낳던 시대를 우리는 이미 겪었다. AI는 그 격차의 폭과 속도를 한 단계 끌어올린다.
체감되는 사례는 이미 도처에 있다. 유료 모델을 쓰는 학생은 영작문 첨삭과 수학 풀이 과정 검토를 자정에도 받지만 무료 모델만 쓰는 학생은 응답 한도에 걸려 과제 마감을 놓친다. 유료 고가의 AI 튜터를 붙이는 가정과 그조차 엄두를 못 내는 가정의 간극은 과거 과외 시장의 격차를 그대로 디지털 공간으로 옮겨 놓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엔 그 격차가 24시간 작동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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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법적 시각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과거 인터넷 보급기에 각국은 디지털 격차 해소를 공공 과제로 받아들였고, 우리도 정보화 교육과 PC 보급으로 격차를 좁힌 경험이 있다. AI는 그때의 인터넷보다 학습과 노동에 더 깊이 결합된다. 인프라가 아닌 ‘지능’ 자체가 차등 분배되는 첫 번째 사례라는 점에서 시장의 자율 조정에 기대기에는 위험이 너무 크다.
방법은 이미 우리 손에 있다. 첫째, 초·중·고교 학생 전원에게 일정 수준의 유료 AI 이용권을 바우처 형태로 지급하는 ‘AI 교육 지원금’을 도입해야 한다. 둘째, 공교육이 검증한 안전·고성능 AI를 학교 단위로 무상 공급하는 공공 AI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셋째, 저소득 가정과 도서·산간 지역 학생을 위한 디바이스·통신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 무상급식의 논쟁을 되풀이할 때가 아니다.
재정 부담을 우려하는 시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교육 격차를 방치헤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그 몇 배에 달한다.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끊긴 사회는 활력을 잃고, 인적 자본의 저활용은 국가 경쟁력의 손실로 직결된다. AI 격차 해소는 시혜가 아니라 투자이며, 평등권의 실현인 동시에 경제 정의의 출발점이다.
지체할 시간이 없다. 지금 입학하는 초등학생이 졸업할 때쯤이면 AI 격차는 이미 굳은 신분이 돼 있을 것이다. 국가는 즉시 개입헤해 모든 학생이 같은 출발선에 설 수 있도록 운동장을 평평히 해야 한다. 그것이 헌법이 약속한 균등한 교육의 실현이며, 다음 세대에 물려줄 수 있는 가장 정직한 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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