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 눈]기획처 장관 잘못 꿴 첫 단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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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6-01-07 오전 5:05:00

    수정 2026-01-07 오전 5:05:00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기 앞서 취재진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내가 정말 널 죽였으면 좋겠다.”

영화나 드라마에 나온 대사가 아니다. 직장에서 이 같은 말을 들을 일이 있을까 싶어 비현실적이기까지 한 해당 발언은 이혜훈 기획예산처 초대 장관 후보자가 국회의원 시절 보좌진에게 퍼부은 폭언이다.

공개된 녹취를 들어보면 이 후보자는 ‘너 뭐 IQ 한자리야’라며 인격을 모독하는 말을 내뱉는가 하면 ‘야!’라며 있는 힘껏 소리도 지른다.

임명 이후 첫 출근길에서 대기하고 있는 기자들을 향해 다정하고 따뜻하게 “추운데 고생한다”며 격려하고 악수를 청했던 사람과 같은 인물이 맞는지 고개를 갸웃하게 할 정도다.

갑질 의혹이 불거진 후 이 후보자에 대해서는 부동산 투기 의혹, 자녀 입시 특혜 의혹 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대통령실의 메시지를 종합해보면,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 철회는 없을 가능성이 크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이틀간의 인사청문회를 예고하며 이 후보자를 단단히 벼르고 있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 후보자 자신은 전문성과 정책 역량 등을 강조해 이 논란을 타개하겠다는 생각인듯하다. 여러 의혹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재정·경제 관련 전문가들을 초청해 정책 제언을 청취하겠다며 간담회를 열었다. 인사청문회를 통해 검증을 받겠다는 생각일 수도 있다.

물론 부동산 투기 의혹이나 가족의 대부업 투자 등 의혹들은 인사청문회를 통해 더 명확하게 검증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후보자가 보좌진, 그것도 인턴인 직원에게 퍼부었던 폭언과 갑질은 인사청문회 검증으로 극복하기는 어려운 리스크다.

약자인 인턴에게는 막말을 퍼부었던 목소리가, 본인의 메시지 전달을 위해 필요한 기자들에게는 쉽게 허리를 굽히는 장면이, 투기와 특혜 의혹보다 사람들의 머릿속에 더 깊이 그리고 더 오래 각인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사청문회를 거쳐 여러 의혹을 해소하고 장관에 임명된다고 해도, 갑질 논란은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 후보자가 새로 출범하는 기획예산처 초대 장관 지명자라는 점이다. 기획처는 출범부터 단순한 행정조직을 넘어서는 역할과 과제를 부여받았다. 부처 간 이해관계를 조정하며 재정 정책의 방향을 설정할뿐만 아니라 국정과제도 설계해야 한다. 예산처가 아니라 기획처라고 불리는 이유다.

기획처 장관은 각 부처와 관료 사회를 설득해야 하고 정치권의 요구도 조율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하지만 장관 인선부터 갑질과 같은 도덕성 논란에 휘말린 이상, 해당 부처 장관의 향후 정책적 메시지가 과연 힘을 받을 수 있을까.

이 후보자를 둘러싼 논쟁이 대통령실의 인선 시스템에 대한 불신으로 확장되는 것도 문제다. 특히 최근 국회의원들의 갑질 등 논란이 문제로 불거진 상황에서 검증이 충분했는지 하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어서다.

이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인사청문회의 ‘정치적 쇼’로 끝나지 않아야 한다. 인사청문회에서 어떤 결론이 나오든 후보자 개인의 해명이나 각오와 다짐을 넘어 인선 시스템의 신뢰회복을 위한 후속 조치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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