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반도체 오르는데…'천덕꾸러기' 삼성전자 시총 90조 증발

19개월만에 5만전자 추락 후 약세 지속
전고점대비 시총 30% 넘게 증발
외국인 23거래일 연속 '팔자' 지속
반도체 업황은 '강세'…삼성전자만 소외 현상
  • 등록 2024-10-13 오후 1:36:55

    수정 2024-10-13 오후 7:13:39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한국 증시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005930)가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글로벌 침체 우려가 해소되면서 반도체 테마의 강세 흐름이 나타나는 가운데 나홀로 약세 흐름을 타면서다. 외국인의 투자심리가 싸늘한데다 당분간 반전을 노릴 이렇다 할 모멘텀도 부재하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를 제외한 반도체 테마의 주가 흐름이 전반적으로 양호하다는데 주목하고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13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1일 5만9300원에 장을 마치며 2거래일 연속 ‘5만전자’에 머물렀다. 지난 8일 시장 컨센서스(전망치)에 미치지 못하는 어닝 쇼크를 기록한 여파로 지난주에만 2.15% 하락했다. 삼성전자가 5만원대에 종가에 머문 건 지난해 3월 이후 1년 7개월 만으로 종가기준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354조원 수준으로 전고점 대비 30% 넘게 줄었다.

외국인의 순매도가 이어진 영향이 가장 컸다. 외국인은 지난달 3일 이후 23거래일 연속 삼성전자를 팔아치웠고, 이 기간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90조원가량이 증발했다.

삼성전자가 부진을 이어가고 있으나 반도체 테마에 힘이 빠진 건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요 반도체 종목을 추종하는 KRX반도체 지수는 지난주 1.73% 오르며 1.06% 오른 코스피 지수 상승률을 상회했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주요 반도체 종목의 합산 상장 시가총액은 지난 한 주간 177조원에서 186조원으로 5% 넘게 늘었다. 시가총액 2위인 SK하이닉스(000660)가 6.84% 오른데다 한미반도체(042700)와 리노공업(058470) 등 주요 반도체 종목들이 크게 오른 덕이다.

이에 증권가는 반도체 업황이 침체에 빠진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며 비중확대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시장 성장 가능성이 여전한데다 새로운 수요처의 등장으로 HBM 공급 과잉 우려가 해소되고 있는 덕이다. 엔비디아 블랙웰 출시에 따른 호재 종목도 여전히 많다. 다만 중국 반도체 기업의 증설이 최근 빠르게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리스크로 분류된다.

정민규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내년 AI 수요가 정점에 도달해 자본적 지출 둔화가 도래할 것이란 불안감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으나 이는 다소 과도하다”며 “내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매출액 기준 37% 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메모라 가격 상승폭이 둔화하더라도 하락 추세로 전환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약세를 지속하는 삼성전자의 주가 역시 시장의 우려를 충분히 반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주요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목표가를 최근 잇따라 하향하며 눈높이를 낮출 것을 권고하고 있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주가 부진에 대해서는 거의 모든 국내증시 참여자들이 알고 있을 것”이라며 “주가 반등의 계기는 부진 원인의 해소에서 나올 테니 곧바로 나타나지는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이긴 하지만 적어도 추가 하락으로 인해 국내증시의 발목을 잡는 현상은 진정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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