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에 K(대한민국)가 붙는다. K팝, K뷰티, K푸드, K드라마뿐만이 아니다. K반도체, K방산, K조선도 어색하지 않다. 과장이 아니다. 반도체, 배터리, 조선, 자동차 산업의 제조기반을 모두 갖춘 나라는 드물다. 핵추진잠수함까지 사실상 확보한 국방력도 세계가 부러워할 정도다.
‘K민주주의’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사 격변을 두 번이나 평화적으로 마무리했다. ‘반(反)트럼프 노킹스(No Kings)’를 외치는 미국 시민들이 벤치마킹을 언급할 정도다. 뛰어난 시민의식은 수많은 해외 유튜버들이 실험했다. 카페 테이블에 놓인 스마트폰은 몇 시간씩 자리를 비워도 그대로다. 치안 상황도 나무랄 데 없다. 유명 헐리우드 배우들이 경호원도 없이 서울 거리를 활보할 정도다.
낯설기만 하다. 늘 선진국을 배워야 한다고 외쳤던 대한민국이었다. 우리가 부정해도 세계는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본다. 지난 2021년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공식 인정했다.
의문이 남는다. 대한민국이 과연 이 정도 실력일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헬조선 담론이 춤을 추는 나라였다. 어쩌면 지금도 헬조선 담론은 여전하다. 게다가 다이아몬드부터 시작해 금·은·동을 거쳐 흙까지 이어지는 수저계급론 또한 견고하다. 한국사회 역동성의 근본이었던 개천용은 이젠 불가능하다. 교육·계층·자산 이동의 사다리가 구조적으로 붕괴됐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다.
틀린 게 하나 없는데 왠지 씁쓸하다. 저출산만이 아니다. 내부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한국사회는 여전히 문제투성이다. 극단적인 정치 양극화에 이어 자산·소득의 편중, 세대·지역·성별 갈등까지. 따져보면 해법이 있을까 싶을 정도의 난제다. 사실상 국뽕에 가리워진, 거대하고도 불편한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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