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500, 200일 이평선 아래로…공포지수 작년말 이후 최고치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2.08% 하락한 4만1911.71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벤치마크인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2.69% 떨어진 5614.58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9월 이후 최저치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는 무려 4% 하락한 1만7468.33을 기록했다. 2022년 9월 이후 최악의 하루였다. S&P500지수는 지난 2월19일 기록한 장중 사상 최고치 대비 8.6% 떨어졌고, 2023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200일 이동평균선 아래에서 마감했다. 200일 이동평균선은 장기적 추세를 평가하는 주요 지표로, 이를 하회했다는 것은 기술적으로 하락추세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나스닥지수는 최근 고점 대비 14% 가까이 하락했고 조정국면에서 더 깊게 빠지고 있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VIX변동성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9.22% 급등한 27.87을 기록하며 작년 12월 이후 최고치로 뛰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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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충격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은 경제와 시장이 단기적인 고통을 감수하는 것을 허용하겠다고 재차 밝히면서 투심이 더욱 악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방영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매우 크기 때문에 과도기가 있다”면서 “우리는 부를 미국으로 되돌리고 있다. 그건 큰일이다.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 침체가 임박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런 것을 예측하는 것을 싫어한다”며 “우리는 혼란을 겪을 것이지만 괜찮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관세 정책에 따라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등 시장이 격동하는 시기에 나왔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장을 살릴 것이라는 ‘트럼프 풋’ 기대가 거의 사라지는 분위기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 지난 7일 CNBC와 인터뷰에서 역시 “풋은 없다”며 “좋은 정책을 펼치면 시장은 상승할 것이고, 이것이 트럼프의 ‘콜’(call)이다”고 답했다. ‘풋 옵션’은 특정 가격 이하로 주가가 덜어질 경우 손실을 방어할 수 있는 계약인데, ‘트럼프 풋’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가 방어를 위해 직접적 개입을 할 것이라고 만들어진 조어다. 하지만 베센트 장관은 트럼프 정부가 시장 상승을 위해 개입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이에 따라 시장은 극도로 공포가 커진 분위기다. CFRA 리서치의 수석 투자 전략가인 샘 스토발은 “우리는 지금 인위적인 조정을 겪고 있다”며 “현재 우리는 전형적인 하락을 겪고 있으며 모든 것이 완료되기 전에 완만한 조정을 경험할 것이며, 이는 실제로 현재 진행 중인 강세장의 다이얼을 재설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볼빈 자산 관리 그룹의 지나 볼빈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동물적 감각에서 벗어나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며 “지금은 뉴스가 주도하는 시장이며, 한 시간 만에 바뀔 수 있는 시장이다”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가만히 앉아 안전벨트를 매라. 마침내 우리가 기다리던 조정이 시작되었고, 장기 투자자들은 다시 보상을 받게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월가 잇따라 S&P500 하한선 조정…에버코어 5200선도 가능
모건스탠리는 S&P500지수가 5500선에서 지지받을 것이라는 예상을 내놨다. 모건 스탠리의 미국 주식 전략 책임자인 마이클 윌슨은 이날 고객에게 보낸 메모에서 “트럼프 관세 리스크와 재정적 제약이 기업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상반기 S&P500 예상 범위의 하단은 약 5500 수준”이라며 “올해 말 기준으로 S&P 500의 기본 시나리오 목표치는 6500이지만, 시장이 당분간 성장 리스크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므로 변동성이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5500선 근처에서의 가격 움직임은 매력적인 매수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앞으로 몇 달간 지속될 변동성을 감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투자은행 에버코어ISI는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발행사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과 경제 불확실성으로 S&P500지수가 5200선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에버코어ISI는 이날 보고서에서 기본시나리오는 올해말까지 S&P500지수가 6800선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5% 아래로 둔화하고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3%를 초과할 경우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는 S&P500지수가 5200선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에버코어 애널리스트들은 “장기적인 관세 유지와 불확실성 확대가 연말까지 근원 PCE를 0.5%포인트 상승시키고, 월간 비농업 고용 증가폭을 3만~7만명 감소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환경은 민간 부문을 위축시키며, 결국 GDP에 부담을 주고 스태그플레이션 재발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에버코어에 따르면,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경우 S&P 500은 연평균 10% 하락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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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현실화 되면서 2025년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4%에서 1.7%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얀 하치우스는 이날 고객에 보낸 메모에서 “무역 정책 가정이 훨씬 더 부정적으로 변했고, 행정부가 관세로 인한 단기적 경제 약세에 대한 기대를 관리하고 있다”며 성장 전망을 이처럼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당초 예상보다 공격적인 미국의 관세 정책이 기업 투자를 지연시키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상승과 금융 여건 긴축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미국의 평균 관세율이 10%포인트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종전 전망치 상승 폭의 2배 수준이고,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보다 5배 높은 수준이다.
하치우스는 “관세로 인한 소비자물가상승은 실질소득을 감소시키고, 금융환경이 악화되면서 신용조건이 더욱 제약적으로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정책 불확실성 증가는 기업들의 투자 결정을 미루면서 미 성장을 떨어트릴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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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는 경기 변동과 관계없이 비교적 안정적 실적을 유지하는 경기방어주만 상승하고 대부분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테슬라는 무려 15.4% 급락했다. 이는 2020년 9월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테슬라는 7주 연속 하락하며 2010년 나스닥 상장 이후 최장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테슬라는 최근인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최측근인 만큼 각종 규제 완화 혜택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지난해 12월17일 479.86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급격하게 하락하면서 고점 대비 50% 이상 하락한 상태다.
시가총액은 8000억달러가 증발하면서 7145억달러까지 쪼그라들었다. 한때 시가 총액 8위까지 진입했다 현재는 11위까지 후퇴한 상황이다.
테슬라 주가가 폭락하고 있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과 관련이 깊다. 테슬라는 다른 완성차 업체와 마찬가지로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주요 부품을 공급받고 있는데, 추가 관세 및 무역전쟁 가능성이 테슬라의 생산비용과 가격인상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정부효율부 수장으로 트럼프 행정부에 깊숙이 참여하고 있는 머스크의 정치적 발언 등으로 테슬라의 브랜드 가치가 훼손되고 있는 점도 주가 하락에 원인이 되고 있다.
엔비디아는 5.07%, 메타는 4.42% 떨어졌다. 애플 역시 4.85% 급락했고,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는 각각 2.36%, 3.34% 떨어졌다.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기대주로 꼽힌 팔란티어 역시 10% 급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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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일본의 금리인상에 대한 기대감으로 엔 캐리 트레이드가 풀리면서 기술주가 하락 압력을 더욱 크게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앤 캐리트레이드는 낮은 이자로 엔화를 빌려 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다른 통화와 자산에 투자하는 거래로, 일본이 금리인상을 하고 미국이 금리인하에 나설 경우 이 거래가 풀리면서 그간 급등했던 ‘매그니피센트 7’ 그룹과 같은 기술주들이 타격을 크게 입는다. 일본은 금리인하 기대감에 엔화가치는 강세를 보이고 있고 국채금리가 급등하고 있다.
뉴욕 그레이트 힐 캐피탈의 토마스 헤이즈 회장은 “미국 시장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싶다면 관세에 관심을 기울이지 말고 일본 국채금리에 주목해야 한다”며 “엔 캐리 트레이드가 풀리고 있고, 그래서 기술주들이 하락한 것이다”고 평가했다.
‘일단 피하자’…경기방어주만 보합세로 마감
반면 비교적 안정적 수익을 내고 있는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는 0.3%, 생활용품 업체인 P&G는 0.18%, 식음료업체인 코카콜라는 0.03% 오르며 그나마 보합을 기록했다. 통신주인 T-모바일 US 역시 0.52% 올랐다.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국채금리도 급락 중이다. 오후 4시기준 10년물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9.7bp(1bp=0.01%포인트) 빠진 4.22%, 연준 정책에 민감하게 연동하는 2년물 국채금리는 10.2bp 떨어진 3.9%를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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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 역시 경기침체 우려에서 피하기 어려웠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보다 1.01달러(1.51%) 떨어진 배럴당 66.0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5월 인도분은 전장보다 1.08달러(1.53%) 내려앉은 배럴당 69.28달러를 기록했다. 3일 만에 하락세다.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 대비 2.34% 떨어진 7만8806.80을 기록하며 11일 만에 다시 8만달러선이 무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