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유럽 사모펀드(PEF)가 지난해 3분기 미국과 아시아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익률(IRR)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 에너지 전환, 헬스케어 등 핵심 산업의 회복세와 더불어 인수·합병(M&A) 시장 활황까지 맞물리면서 실적 개선과 수익 실현이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이 최근 발표한 글로벌 펀드 성과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사모펀드의 1년 기준 순수익률(IRR)은 지난해 3분기 14.1%로 집계됐다. 이는 0.2%를 기록한 직전 분기에서 크게 상승한 수치다. 같은 기간 북미 사모펀드는 10.5%, 아시아를 포함한 기타 기타 지역은 6.1%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유럽과는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유럽 사모펀드는 2분기에 이어 두 분기 연속 글로벌 지역 중 가장 높은 성과를 거두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분기 대비 수익률 상승폭 역시 가장 컸다.
피치북은 유럽의 메가펀드(mega fund·운용자산 10억 유로 이상인 대형펀드) 활약이 수익률 상승을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장기 투자 전략을 펼친 메가펀드들은 소형 펀드 대비 우수한 수익률을 기록해왔다”며 “자금 모집 속도나 펀드 간 간격, 밸류에이션 상승 측면에서도 우위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유럽 산업 전반의 회복 흐름도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유럽에서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기술과 에너지전환, 헬스케어 등 산업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해당 분야에 속한 기업들의 가치가 크게 오르는 양상을 보였다. 산업이 회복되면서 사모펀드가 보유한 기업들의 실적이 올라가면 밸류에이션도 함께 올라가는 만큼, 수익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여기에 사모펀드 운용사가 보유한 유망 기업을 인수하려는 전략적 투자자(SI)들의 수요가 늘어난 것도 수익 실현에 도움이 됐다. 메가펀드를 운용하는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포트폴리오 기업을 매력적인 가격에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하고, 대기업은 해당 기업을 통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윈윈’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실제 유럽 사모펀드 운용사인 에퀴스톤파트너스는 지난해 7월 네덜란드 보안 솔루션 기업 헤라스를 세계 최대 민간 보안 서비스 기업 가르다월드에 매각하며 대표적인 엑시트 사례를 만들어냈다.
다만 향후 전망은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피치북은 “2024년 4분기에는 PE 수익률이 다소 둔화할 수 있다는 초기 지표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연간 기준으로 유럽 사모펀드 수익률이 한 자릿수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