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뜨거운 감자’를 건드렸다. 미국산 소고기 문제다. 미국 전국소고기협회(NCBA)는 11일(현지시간) 미 무역대표부(USTR)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30개월 연령 제한은 무시하면 안 될 이슈”라며 “중국·일본·대만 등은 월령 제한을 폐지했으니, 한국과도 협의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USTR은 1985년부터 국가별 무역장벽(NTE) 보고서를 해마다 발간하고 있다. 이달 말에 나올 2025년 보고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상호관세의 바탕이 된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을 끌고 있다.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월령 제한은 새로운 이슈가 아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 시절이던 지난해 3월에 나온 NTE 보고서도 월령 제한을 한미 간 ‘무역장벽’(Trade Barrier)의 하나로 거론했다. 다만 바이든 정부는 이를 정식으로 문제 삼지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은 교역 상대국의 비관세 무역장벽에 보복하겠다고 벼르는 중이다. 4월 2일 전세계를 상대로 예고한 상호관세가 그 무기다. 소고기 월령 제한은 한국을 때릴 구실이 될 수 있다.
2008년 광우병 파동에서 보듯 미국산 소고기는 민감한 사안이다. 대규모 시위에 놀란 이명박 정부는 미국과 재협상을 통해 30개월 미만 소고기만 수입하기로 합의했다. 이 합의는 지금도 유효하다. 이후 한국은 미국산 소고기의 최대 수입국이 됐다. 지난해 소고기 수입량의 절반가량이 미국산이다. 중국은 미국산 농축산물에 대한 보복관세로 미국에 맞섰다. 미국으로선 중국을 대체할 수출시장이 필요하다. 한국은 후보국 중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이 소고기 시장 완전 개방을 강하게 밀어붙이면 소고기 분쟁이 재발할 수 있다.
당장 전국한우협회는 12일 성명을 통해 “국회와 정부가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강행한다면 협회는 이를 막기 위한 대응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만에 하나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 관세를 카드로 소고기 월령 제한을 풀라고 압력을 가하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정부와 정치권이 힘을 모아 맞서도 벅찰 판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여야가 광장으로 달려가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