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 눈]내일 꼭 투표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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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5-06-02 오전 6:06:06

    수정 2025-06-02 오전 6:06:06

[이데일리 피용익 매크로에디터 겸 정치부장] “야유하지 마세요. 투표하세요.(Don’t boo. Vote.)”

2012년 9월 12일, 미국 대통령 선거 유세 현장에서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군중에게 외친 한마디다. 상대 후보의 이름이 언급되자 청중이 야유를 퍼붓는 순간, 오바마는 감정을 표출하는 대신 직접 행동하라고 요구했다. 단호하지만 절제된 그 외침은 대선을 하루 앞둔 지금의 한국에도 똑같은 울림을 준다.

내일 우리는 제21대 대한민국 대통령을 뽑는다. 그러나 선거일을 하루 앞둔 오늘까지도 많은 유권자는 누구를 선택할지 결정하지 못했다고 한다. 정당들의 행태는 실망스럽고, 후보들의 언행은 믿음을 주지 못한다. 그래서 이도 저도 싫다며 투표를 포기하겠다는 사람들까지 생겼다.

유권자들이 결정을 미루는 가장 큰 이유는 이번 대선에서 ‘정책’이 실종됐기 때문이다. 후보들의 공약집은 사전투표 직전에야 공개됐고, TV토론은 정책 논의보다 인신공격과 말꼬리 잡기에 치우쳤다. 언론도 깊이 있는 정책 비교보다는 말 한 마디를 두고 벌이는 공방에 집중했다.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지 모를 만큼 정보는 부족했고, 그나마 나온 정보는 화제성 이슈에 묻혔다.

조기 대선으로 인한 시간 부족을 고려하더라도, 공약집 지각 발표는 아쉽다. 똑같은 조기 대선이었던 2017년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사전투표 11일 전,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22일 전 각각 공약집을 내놨다. 그러나 이번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하루 전,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사흘 전에야 발표했다. 이미 치러진 재외국민 투표는 후보 얼굴만 보고 한 것이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뒤늦게 발표된 공약집은 대부분 장기 전략보다는 단기 처방에 머물렀다. 부동산, 일자리, 복지, 세금, 외교 같은 핵심 이슈에서도 현실성 있는 재원 계획이나 실행 로드맵을 제시한 경우는 드물었다. 숫자보다는 구호가 많았고, 내용보다는 이미지가 강조됐다. 정책이 실종된 자리는 감정이 채웠다. 유권자는 이성보다 분노와 혐오 같은 감정에 반응하게 됐고, 선택의 기준은 ‘누가 더 나은가’가 아니라 ‘누가 더 나쁜가’가 돼버렸다.

세 차례에 걸친 TV토론은 이런 분위기에 불을 지폈다. 유권자에겐 후보들의 정책을 한 자리에서 비교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였지만, 갈등과 혐오만 난무했다. 정작 공약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고 ‘커피 원가’와 ‘젓가락’만 뇌리에 남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마지막 주말 유세에서도 주요 정당과 후보들은 앞으로의 5년에 대한 청사진보다는 상대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와 고소·고발에 몰두했다. 유권자는 누구를 믿어야 할지,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더 나쁜’ 후보에 대한 야유만 보내고 있다.

하지만 바로 지금 우리는 다시 오바마의 말을 떠올려야 한다. 정치는 야유받을 만한 이유로 가득하지만, 그런 정치를 바로잡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한 수단은 바로 투표이기 때문이다. 감정으로 휘청이는 정치에 이성으로 응답하는 일, 그것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의 책임이며 최대의 권리다. 우리가 내일 소중한 한표를 반드시 행사해야 하는 이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 (사진=이데일리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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