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금융판 피의사실공표" 주장…금감원 "여신심사 소홀은 은행법 위반"

[HOT이슈] 금감원 정기검사 중간발표 논란
은행권 "부당대출, 법령에 정의도 없어"
"회사 주가·이미지 추락 책임질 것인가"
M&A 결정 '미흡' 명시엔 "자율성 제약"
금감원 "비슷한 유형의 금융 사고 예방"
"금감원 과도한 개입으로 보기 어렵다" 의견도
  • 등록 2025-02-11 오전 5:00:00

    수정 2025-02-11 오전 5:00:00

[이데일리 김나경 기자] “관계 법령에 ‘부당대출’이란 용어가 없다. 차후 불법대출·위규 대출이 아니라고 밝혀지면 회사 주가·이미지 추락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A은행 고위관계자)

“여신 심사가 소홀해 비슷한 유형의 금융사고가 반복되는데 금융권에 경종을 울리고 사고를 예방하는 게 금융감독당국의 역할 아닌가.”(금감원 관계자)


지난 4일 금융감독원이 금융지주·은행 주요 검사결과를 발표한 후 은행권에서는 ‘주홍글씨 낙인찍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금감원이 보도자료에 총 3875억원 부당대출을 확인했다고 적시했는데 불법·위규대출인지는 ‘변경할 수 있다’고 전제했기 때문이다. 보도자료에 익명 처리를 하긴 했지만 특정 금융지주 현 회장을 겨냥한 발표라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금감원에서는 “금융권 전반의 행위규범 확립과 내부통제 후선 작동의 문제”라며 “내부통제 실패를 지적한 것이고 비슷한 유형의 사고를 막는 예방적 효과까지 고려한 조처”라고 설명해 ‘검사·감독의 적절한 범위’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銀 “절차 미흡하다고 불법·위규 아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에서는 지난 4일 총 3875억원 규모 부당대출 사고, 파생상품을 이용한 손익 조작 등을 지적한 금감원의 2024년 지주·은행 잠정 검사결과 발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금융판 피의사실공표가 될 수도 있다’고 주장하는 것인데 금감원의 이례적인 중간 브리핑에 대해서도 후폭풍이 클 것이라며 우려했다. 시중은행 한 고위 관계자는 “검사결과는 금감원이 심각하게 보면 심각한 것이고 넘어갈 수 있다고 보면 넘어가는 영역이다”며 “금융소비자보호법 위반, 은행법 시행령 위반과 같은 명확한 법 위반이 아니라면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린 부분이 꽤 많다”고 말했다.

은행에서 주장하는 대표적인 부분이 ‘부당대출’의 정의와 요건이다. 은행법과 시행령, 금융소비자보호법, 은행업감독규정, 금융기관검사 및 제재규정 조문에는 ‘부당대출’이라는 용어가 없다. 허위 매매계약서임을 알고도 감정 평가액을 부풀려 실거래 가격 초과 대출을 취급했다면 일부러 상환능력 이상의 대출을 내줬다는 점에서 은행 내규를 위반한 대출이다. 다만 은행 직원이 서류에 대한 진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는 바로 위규·불법대출로 결론을 내릴 수 없다.

은행권은 ‘편법대출’에 대한 정의 또한 불명확하다고 주장한다. 정상적인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지 불법은 아니라는 것이다. 예컨대 한 시중은행은 철거 예정인 건물의 임대료 수입을 상환능력에 반영하는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부동산 브리지론을 취급했단 지적을 받았는데 해당 은행에서는 “대출 만기시까지 철거를 금지해 임대료가 발생하게 해서 이자를 갚는 데 쓰도록 사전에 약정했다”고 설명했다. 대출 계약을 할 때 차주가 만기 전 건물을 철거하거나 임대료를 내지 않으면 기한이익상실(EOD) 사유로 구성해 리파이낸싱 또는 건물 경·공매를 통해 대출금을 상환해야 한다는 조건을 넣은 만큼 은행이 리스크를 과소평가한 것인지는 다툼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손실흡수능력 확충 또한 해석이 개입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주장한다. 금감원은 이번 결과 발표에서 다수 금융지주가 책임준공형 토지신탁의 ‘숨겨진 부실 위험’까지 포함해 리스크를 관리하지 않았다면서 ‘안일한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복수의 금융지주 관계자에 따르면 “책임준공 확약도 계약 시점부터 손해배상 예정금액에 대해 대손충당금·위험가중자산을 산출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런 지적을 처음 받은 금융지주는 부동산 신탁사 또한 ‘은행업감독업무시행세칙 규정’에 준용해 대손충당금을 쌓고 위험가중자산을 계산했다. 현행 금융투자업규정에 따르면 부동산신탁업자는 책임준공확약형 관리형 토지 신탁 계약은 신용위험액을 산정하는 방식에 있어 금감원장이 정하는 바에 따른다. 건전성 유지에 필요한 준비금도 금감원장이 정하는 바에 따라야 하는데 금감원이 사후에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줘놓고 외려 안일한 관리라고 지적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금감원이 인수합병(M&A), 해외 자회사 자금지원 관련 의사결정이 미흡했다고 명시한 것을 두고 “경영자율성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우리금융 주식매매계약 당일 리스크관리위원회와 이사회가 20분 가격으로 이뤄지고 계약금 몰취조항이 공식 석상에서 논의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사전에 열린 이사회 간담회와 개별 이사를 대상으로 한 안건 설명을 통해 ‘실질적인 논의’는 있었다는 게 우리금융 측 설명이다. 핵심성과지표(KPI) 수정 또한 은행 경영기획그룹장 전결로 결재할 수 있는데 이사회에 소홀하게 보고했다는 것 또한 금감원 자체적 판단이라는 지적이다.

금감원 “과정 미흡하고 결과 부정했을 때 ‘부당대출’ 지칭”

문제는 감독 당국의 해석과 판단이 어떤 식으로든 담길 수밖에 없는 중간 검사결과 발표가 시장에 미칠 영향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금감원이 ‘현 경영진’,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을 겨냥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어 지배구조 불확실성을 오히려 키우고 있다고 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당국이 할 수 있는 범위에 한계가 있어 테두리 안에서 최선의 방법을 택한 것 같다”면서 “지난 몇 달간 금융권 시선이 금감원과 우리금융 관계에 쏠려 있었는데 생각보다는 강하지 않았다”고 평했다.

금감원은 시장 안정·신뢰 회복이라는 당위성을 강조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예를 들어 특정 은행장, 지주 회장 또는 여신 담당 본부장이 개별 대출 건과 관련해 해당 지점에 있는 사람한테 소개를 해주거나, 적극적으로 살펴보라고 하는 것들이 우리 사회에서 받아들여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 내부통제 프로세스가 잘 작동해서 원칙·규정에 따라 여신이 이뤄지는 것은 좋은데 결국 그런 관계 지향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이뤄진 것을 봤더니 규정을 위반했고 상당 부분이 부실화 돼 있다면 모를 수 있나”라며 “조금 더 선진화되고 개인 네트워크가 작동하지 않는 문화가 있으면 참 좋은데 그렇지 않은 것이 내부통제 시스템상, 여신 프로세스의 문제다. 다만 우리(금감원)도 감독·검사를 어느 강도로 해야할 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있지만, 그런 문제들을 지적한 것이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여신 취급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고, 결과적으로도 범죄나 부정한 목적에 대출이 잘못 쓰였을 때 과정과 결과의 교집합을 가지고 부당대출이라고 한 것이다. 현행 은행법 체계상 구체적인 여신심사 절차는 각 은행 내규에 위임돼 있다”며 “대부분 부당대출은 여신심사를 소홀히 한 것은 내규 위반, 나아가 은행법 위반으로도 볼 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은행 여신사고 유형이 판박이다. 부동산 경기 영향으로 그럴 수도 있지만 빨리 다른 은행에도 비슷한 유형의 사고가 없는지 공익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번 중간 결과발표는 금융권에 경종을 울려 금융사고를 예방하려는 의도도 있다. 발표자료에서도 사례의 법규 위반 금액과 내용은 변경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은행이 대출 실행 3개월 이후 용도를 확인하게 돼 있다. 확인하지 않았다면 규정 위반”이라고 부연했다.

실제 금융권 일각에서도 금감원이 금융지주를 견제하는 일종의 ‘거버넌스 상 일원’임을 고려할 때 필요한 조처였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관계 법령에 ‘부당대출’이라는 표현은 없지만 해외 각국과 우리나라에서도 은행의 이해관계자 대출은 금지하고 있다”며 “회장이 이를 인지했는지는 감독 당국이 나름대로 판단을 할 수 있고 페널티를 줬을 때 부당하다고 생각하면 경영진이 소송을 해 다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를 바탕으로 이사회가 전임회장의 이연 성과보수를 지급하지 않기로 한다든지. 필요에 따라서는 인사상 조치를 요구할 수도 있다”며 “부당대출이란 정의가 불명확하다는 이유만으로 금감원의 과도한 개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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