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도박이 청소년들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휴대폰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침투하고 있는 온라인 도박은 학업을 망치고 가정을 파괴하는 심각한 문제가 됐습니다.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고 더 나아가 청소년 도박을 근절하기 위해 이데일리와 경찰청이 함께 ‘청소년 도박 뿌리뽑자’ 연중기획을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 기사와 무관함(사진=게티이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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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기주 손의연 김형환 기자] 경남 김해에 사는 최모(14)군은 중학교에 진학한 후 친구의 권유로 온라인 도박을 접했다. 빠르게 도박에 빠져버린 최군은 불과 3개월 만에 정신질환을 앓게 되고 학업 중단 결정을 내리게 됐다.
 | (그래픽=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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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를 앞둔 교실이 도박에 위협받고 있다. 도박 혐의로 검거된 청소년의 숫자가 3년 만에 10배가량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촉법소년 검거 인원은 더 가파르게 증가하는 등 평균 연령도 급속도로 낮아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학업 및 가정 문제뿐 아니라 성인이 되어서도 도박 중독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조기에 이를 차단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0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검거된 도박 소년범은 총 597명에 달한다. 지난 2021년의 경우 이 수치가 66명에 불과했다는 점과 지난해 12월 수치가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3년 만에 무려 10배 가까이 범죄가 늘어난 셈이다. 도박문제 예방·치유·재활을 돕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예치원)을 이용한 청소년의 숫자도 지난해 4144명으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났다.
같은 기간 청소년 범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폭력·절도 범죄의 숫자가 비슷하거나 오히려 감소추세인 것을 고려하면 도박범죄의 증가세는 더 두드러진다. 이른바 ‘일진’으로 불리는 일탈 청소년들 뿐만 아니라 일반 청소년들도 범죄에 노출돼 검거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더 심각한 건 청소년 도박범죄 평균 연령이 2020년 17.1세에서 △2021년 16.6세 △2022년 16.5세 △2023년 16.1세로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촉법소년(만 10세~14세 미만) 검거인원은 2020년엔 한 명도 없었지만 지난해 11월까지 69명에 달했다. 스마트폰 보급 등으로 인터넷에서 불법 도박을 접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되고 관련 문화가 만연해지면서 도박문제가 저연령화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 (그래픽=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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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경 예치원 원장은 “청소년들이 불법도박을 일종의 오락으로 여기고 호기심에 도박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고 불법 웹툰 사이트 등을 통해 무분별하게 노출되면서 저연령화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며 “일단 도박에 중독되면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위해 교육부와 경찰 등 관계기관이 협력체계를 공고히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찰 역시 이 문제에 대해 강력한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지난해 사이버 도박을 집중 단속했는데도 아직도 범죄가 만연하다”며 “인터폴 등 해외 법 집행기구와 공조를 강화해 해외 사이트 운영자뿐 아니라 제작자와 자금 세탁범까지 뿌리를 뽑으려 애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학교전담경찰과(SPO)를 통해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신종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알리는 등 도박 범죄를 획기적으로 없애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이를 위한 제도적 지원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도박 사이트를 즉각 제재하고 불법 계좌에 대한 정지를 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법안이 발의돼 있지만 비상계엄 사태 이후 뒷전으로 밀려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도박 확산을 막기 위해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학교전담경찰관(SPO): 초·중·고교에서 발생하는 학교폭력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경찰관으로 영문명 ‘School Police Officer’의 머리글자를 따서 ‘SPO’라고도 부른다. 아동·청소년·상담 관련 학위 또는 자격증 소지 여부, 아동·청소년 지도 경력 여부 등을 고려해 선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