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영화관 매출액은 1조1945억 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가 덮치기 직전인 2019년 1조 9139억 원에 달했던 국내 영화관 매출액은 △2020년 5103억 원 △2021년 5845억 원 등으로 4분의 1 토막이 났다.
극장가에서는 코로나19의 엔데믹(풍토병 전환) 이후에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매출을 회복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집합금지 기간이 끝난 뒤에도 △2022년 1조1602억 원 △2023년 1조 2614억 원 △2024년 1조 1945억 원으로 3년째 2019년과 비교해 60%대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해 영화관 관객 수도 1억2313만 명으로 2019년(2억 2667만명) 대비 54.3% 수준에 그쳤다. 특히 지난해 영화관 매출과 관객 수는 1년 전보다 각각 5.3%, 1.6% 하락해 극장가의 위기감이 크다. 영진위 관계자는 “최근 3년간 극장 매출액과 관객 수 추이는 1조 2000억 원 내외, 1억 2000만 명 안팎으로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미국 등 해외 영화 시장이 팬데믹 이전의 90% 수준으로 회복한 반면, 국내 시장은 60% 정도로 회복 속도가 무척 더디다”고 부연했다.
|
영화시장이 좀처럼 회복 기미가 없자 멀티플렉스 극장들은 줄어든 관객 수와 매출을 만회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롯데컬처웍스는 롯데시네마 최대 지점인 서울 송파구 잠실 월드타워점 내 상영관 한 곳을 없애고, 뮤지컬 전용 극장인 샤롯데씨어터 2호점을 만들기로 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 확대 직격탄을 맞은 영화시장과는 달리, 뮤지컬 시장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기존에 샤롯데씨어터를 운영해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공연 사업을 확장하려는 취지”라며 “아직 사업이 초기 단계라 개관 시기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메가박스는 최근 경기 고양시 킨텍스점 상영관 중 한 곳을 아이스링크로 개조한다는 신사업 추진설이 불거졌다. 다만 메가박스 측은 “확정된 바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이처럼 국내 멀티플렉스 체인이 상영관을 완전히 다른 공간으로 바꾸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
영화관에 내걸 작품 자체가 줄다보니 영화 관람 외에 경험할 수 있는 체험 요소를 강화하는 모습도 보인다. CGV는 4D플렉스를 내세워 첨단 기술 등을 투입한 특별관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세계 최초로 상영관 4면을 스크린으로 활용한 ‘4면 스크린X관’을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점에 만들었다. CGV 관계자는 “4면 스크린X관의 객석 점유율은 일반 상영관 대비 약 10%포인트 높다”며 “관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주수입원인 관람료만으로 영화관을 운영하기 어려워졌다”며 “OTT 시청에 익숙해진 관객들을 유인하려면 극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체험 요소를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극장이 ‘콘텐츠 상영’ 기능만으로 OTT에 빼앗긴 주도권을 되찾기는 쉽지 않다”면서 “관람의 질을 높여주는 특별관을 늘리고, 단독 개봉 등 콘텐츠를 다양화하며 영화 관람 외에 즐길 수 있는 체험 시설을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같은 노력이 당장 실적 개선에 도움을 주진 못해도, 장기적 관점에서 멀티플렉스의 생존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뒷받침할 정부 지원책도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상영발전협회 관계자는 “생태계 보호를 위한 홀드백(극장 영화가 다른 플랫폼에 유통되기까지 유예기간을 두는 제도) 도입이 가장 시급하다”며 “프랑스는 영화관 보호를 위해 15개월의 홀드백을 둔다. 최소한 6개월 가량의 유예기간은 보장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