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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작가주의 감독 프랑수아 트뤼포가 남긴 명언이다. 하지만 한국 영화에서 이 원칙은 절반만 맞다. 작품의 완성을 감독이 책임지는 것은 맞지만 수익적인 측면에서의 권리는 제대로 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작곡가는 음원 플랫폼사에서 자신의 음악이 스트리밍될 때마다 저작권료를 받는다. TV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송 작가들은 횟수 제한이 있지만 재방료(재방송 송출에 따른 저작권료)를 받는다. 영화 및 OTT(온라인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 시리즈물은 어떨까. 한국의 영화감독들은 TV 방송이나 OTT, IPTV에서 자신의 작품이 수차례 방영돼도 그에 따른 저작권 수익을 받지 못한다. 넷플릭스 최고의 인기 시리즈인 ‘오징어 게임’을 만든 황동혁 감독과 영화 ‘올드보이’, ‘헤어질 결심’을 만든 박찬욱 감독 등 거장들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은 쟁의, 유럽은 저작권 법 강화
미국 및 유럽, 남미 국가들은 창작자들의 작품이 플랫폼에서 방영될 때마다 ‘영상물 공정보상제도’(Fair Remuneration) 또는 ‘재상영분배금’(Residual)이란 명목으로 작가 및 감독들에게 저작권료를 지급한다. 봉준호 감독은 국내에서 만든 ‘기생충’을 시청자들이 TV 방송사, OTT에서 아무리 많이 시청해도 저작권료를 받을 수 없다. 하지만 봉 감독은 미국에서 공동 각본가로 참여한 할리우드 영화 ‘옥자’에 대해서는 넷플릭스가 모든 권리를 독점하는 오리지널임에도, 창작자로서 별도의 저작권료를 받고 있다. 이는 봉 감독이 가입된 할리우드 노동조합들이 창작자들의 권리 보장을 위해 OTT 등과 지속적으로 협상을 벌여 관련 협약을 맺은 데 따른 결과다. 할리우드 노조는 1946년부터 스튜디오들에 맞서 이 같은 권리를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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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계는 미국처럼 창작자들이 권리를 쟁취하기 어렵고 유럽처럼 창작자들의 권리를 보호해줄 제도 체계도 갖추고 있지 않다. 이는 우리나라의 저작권법 조항이 지닌 한계 때문이다. 저작권법 제100조 제1항에 따르면 한국에선 특약이 없는 한 영상 창작자가 저작권을 제작사에 양도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정현 법무법인 창경 변호사는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 공동저작물의 성격을 띤 영화 산업의 특성상 유통 과정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 마련된 조항”이라며 “특약을 통해 ‘공정보상권’을 보상하는 조항을 계약에 포함시킬 수 있지만 투자배급사의 지원 없이 작품을 만들 수 없는 영상 창작자의 위치상 유리한 계약을 맺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국영화감독조합(DGK)에 따르면 국내 저작권법은 1987년 개정 후 지금까지 변화가 없다. 한국영화산업은 2019년 기준 16억 달러(약 2조 992억원)로 세계 4위까지 발전했고, OTT 시장이 생겨나면서 이해관계가 더욱 복잡해졌지만 창작자들의 저작권 보장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DGK 부대표인 이윤정 감독은 “유통 구조상 제작자의 이익이 보장되면 그 수익이 자연스레 작가나 감독에게 흘러들어갈 것이란 관점에서 정책이 추진돼 왔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저작권법은 영상물의 저작자를 제작사(법인)로 규정하는 대신 창작자를 ‘고용자’로 인정하고 있다. 이윤정 감독은 “미국에선 창작자를 저작권을 지닌 제작사에 고용된 ‘고용자’로 보고 있기 때문에 노조를 결성해 파업하고 쟁의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저작 활동을 하는 즉시 창작자에게 저작권이 발생한다고 보는 ‘저작권 발생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식 법 체계를 기준으로 삼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정현 변호사 역시 “총감독이나 시나리오 작가와 같은 영화 창작자는 ‘고용자’로 인정받을 수 없기에 노조를 결성할 권리가 없고, 쟁의 행위를 할 시 파업으로 발생한 피해에 대한 책임을 면제받지 못한다”고 부연했다. 이에 DGK에선 한국과 마찬가지로 ‘저작권 발생주의’를 채택한 유럽의 경우를 따라 창작자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법을 강화하는 방안을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영화 창작자들도 저작권료를 받을 수 있도록 DGK와 협력해 CMO를 마련하는 내용의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유 의원은 “지난해 프랑스는 2억 3400만 유로(약 3100억 원)를 시청각 저작권료(영상이 플랫폼으로 방영될 때마다 창작자에게 발생하는 수익)로 걷었는데 이 안엔 한국 작품들도 포함돼 있다”며 “문제는 이 저작권료를 받아 창작자들에게 나눠줄 위탁 단체가 한국에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표준계약서 가이드라인에 창작자들의 저작권료를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지만 강제성이 없는 게 현실”이라며 “현 저작권법상으론 창작자들의 공정보상권을 보장할 수 없기에 우리나라도 유럽처럼 입법 강화를 통해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