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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박지원에게 실격이 주어졌다. 2바퀴를 남기고 인코스로 파고드는 린샤오쥔을 박지원이 손을 사용해 린샤오쥔의 주행을 막았다는 이유다. 하지만 먼저 손을 쓰고 더 격렬하게 박지원에게 부딪혀온 린샤오쥔에게는 아무런 제재도 주어지지 않았다. 결국 가장 마지막에 들어온 중국이 동메달을 따냈다.
중계 영상을 보면 린샤오쥔이 먼저 박지원의 몸에 손을 대고, 둘의 경합 과정에서 박지원을 머리로 밀어내는 듯한 모습이 보인다. 실격을 준다면 박지원, 린샤오쥔 모두에게 주는 게 맞다. ‘홈 어드밴티지(개최국 이점)’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적반하장 격으로 중국에서는 “한국의 반칙 탓에 중국이 동메달에 그쳤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엉덩이 밀어주기’는 계주에서 주자를 교체할 때만 가능한 것으로, 명백한 반칙이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규정 295조 2항에 따르면 쇼트트랙 선수들은 경기 중 동료로부터 ‘밀어주기’ 도움을 받을 수 없다. 이 경우 해당 선수들은 제재를 받는다. 진선유 KBS 해설위원도 “경기에서 선수가 선수를 밀어주는 건 계주 외에 허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우리 대표팀은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하고 항의했지만 이미 판정 항의 가능시간(15분)이 지난 상황이었다. 심판진도 이 장면에 관해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고 린샤오쥔이 금메달을 가져갔다. 반칙임에도 불구하고 중국 매체들은 “이것이 바로 ‘팀 차이나’”라며 오히려 감쌌다.
중국은 쇼트트랙에서 주요 대회 때마다 논란을 일으켰기에 이번 대회 개막 전부터 편파판정, 반칙 우려가 컸다. 실제로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남자 1000m 준결승에서는 황대헌과 이준서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실격을 당했고, 2014 소치 올림픽에선 판커신이 앞서가는 박승희의 팔을 뒤에서 잡아챘는데도 반칙이 선언되지 않았다.
그나마 선수들간 신경전으로 이어지지 않은 점은 다행으로 여겨진다. 박지원은 린샤오쥔의 ‘밀어주기’ 의혹과 관련해 “이미 결과가 나왔고, 결과를 바꿀 순 없다”고 잘라말했다. 그는 500m 경기 후에는 린샤오쥔의 등을 두들기며 격려해줬다. 린샤오쥔은 “동갑내기 친구인 박지원을 보며 동기부여를 많이 얻었다”면서 “경기장에서는 경쟁자지만, 밖에서는 친구”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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