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 남학생에 "여학생방 쓰라"...인권위 "차별"

수련회 참가 숙소 두고 갈등 빚어
인권위 "구체적 대안 검토 없이 차별"
  • 등록 2024-11-19 오후 2:18:32

    수정 2024-11-19 오후 2:18:32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생물학적으로는 여성이지만 스스로 남성으로 인식하는 트랜스젠더 고등학생에게 ‘수련회에서 여학생 방을 써야 한다’고 한 학교가 차별 행위를 했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기사와 무관한 자료 사진 (사진=게티 이미지)
인권위는 19일 서울시 교육감에게 △성소수자 학생이 학교 행사에 참여하는 데 불이익이 없도록 학교 내 성별 분리시설 이용 관련 가이드라인 마련 △성소수자 학생의 학업 수행의 어려움에 대한 실태조사 실시 △성소수자 학생에 대한 상담 등 지원 강화 방안 마련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진정 당시 서울의 한 고등학교 1학년생이던 진정인은 출생 시 부여받은 성별을 전환한 트랜스젠더 남성(Female to Male, FTM)으로, 지난해 5월 학교가 주관하는 2박3일 수련회에 참가하고자 담임교사, 교감 등과 상담했다. 진정인은 학교 쪽이 ‘진정인의 법적 성별이 여성이므로 여학생 방을 쓰지 않으면 수련회에 참가할 수 없다’고 해 참가하지 못했다.

진정인은 수련회 기간에 학교에 나와 아무일도 하지 않고 귀가했는데, 이후 우울증이 심해져 자해하기도 했다며 “학교 쪽의 조치는 트랜스젠더 학생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이라고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해당 고등학교장은 △법적 성별이 남성으로 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남학생 방을 사용할 경우 진정인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들의 성적 권리 침해 및 성범죄 발생 우려가 있다는 점 △진정인은 차선책으로 독방 사용을 요청했으나 다른 학생들에게 그 정당성을 납득시키기가 어렵다는 점 △진정인 부모도 수련회 참가를 원하지 않은 점 등 학교 쪽과 학부모 입장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또한 교육청 및 교육부에 여러 차례 상황을 전달하고 지침을 문의했음에도 구체적 답변 대신 ‘법 테두리 안에서 사안을 처리할 것’을 요청받아, 법적으로 여성인 진정인에게 여학생 방을 사용해야만 수련회에 참가할 수 있음을 고지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학교 측이 구체적인 대안을 검토하지 않은 채 해당 학생을 차별했다고 봤다.

인권위는 “학교 수련회 참가는 학교 구성원의 권리이자 소속감과 학업 성취를 높이기 위한 교육활동의 일환으로, 성 소수자 활동도 동등하게 참여할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 공교육의 역할”이라며 “앞으로 성 소수자 학생들이 학교 행사에 참여하는데 불이익이 없도록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성 소수자 학생의 어려움에 대한 실태 조사를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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