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16 판매금지' 인니 달래기…애플 투자금 10배 상향

현지 투자 1000만→1억달러 상향
증액 제안서 받은 인니, R&D 투자 집중 요구
인구 절반 이상 IT 기술 친숙한 인니 회유책
"강압적 인니 전술, 해외 기업 투자 꺼리게 만들 수 있어"
  • 등록 2024-11-19 오전 11:30:47

    수정 2024-11-19 오전 11:30:47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애플이 아이폰16 판매를 금지했던 인도네시아에 1억달러 규모 투자 카드를 내밀었다. 인도네시아 당국의 판매 중단 조치를 해제하기 위해 기존에 제시했던 1000만달러에서 투자금을 10배 높여 부른 것이다.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의 애플 스토어에 전시된 애플 아이폰16 시리즈(사진=로이터)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 문제에 정통한 관계자들을 인용해 애플이 인도네시아 정부를 설득하기 위해 투자 제안금을 10배 높여 제시했다.

익명의 소식통들은 애플이 2년간 1억달러를 투자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블룸버그는 애플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남동쪽에 위치한 반둥에 액세서리와 부품을 만드는 공장 이전에 약 1000만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세웠다고 전했다.

증액 투자 제안서를 받은 인도네시아 정부는 애플이 자국 내 스마트폰 연구개발(R&D)에 더 집중하도록 투자 계획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산업부는 애플의 상향한 제안에 대해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의 새로운 투자 제안은 지난달 인도네시아 산업부가 애플 현지 법인이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대해 현지에서 만든 부품이 40% 이상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이폰 16의 판매를 차단한 이후 나왔다.

인도네시아 정부에 따르면 애플은 개발자 아카데미를 통해 인도네시아에 1조 5000억 루피아(9500만달러)만 투자, 애초 약속한 1조7000억 루피아를 채우지 못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투자 부족을 이유로 구글 알파벳의 픽셀 휴대폰 판매도 금지했다.

인도네시아의 이번 조치는 프라보워 수비안토 신임 대통령 정부가 국내 산업 부양을 위해 해외 기업들에게 현지 제조업을 늘리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애플 입장에서는 인도네시아 시장이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2억8000만명 인구를 보유한 데다 그 중 절반 이상이 44세 이하 기술 친화적인 소비자들이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강압적 전술은 다른 기업들이 인도네시아에서 사업을 확장하거나 진출하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며 “특히 중국과의 의존성을 줄이려는 기업들에게 더욱 그렇다”고 짚었다.

앞서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달 초 구글이 자국에서 판매하는 특정 스마트폰에 현지에서 제조된 부품을 40% 이상 포함해야 한다는 규정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구글 픽셀폰의 판매를 금지했다. 픽셀폰은 구글의 자체 생성형 인공지능(AI) ‘제미나이’를 결합한 스마폰이다.

페브리 헨드리 안토니 아리프 인도네시아 산업부 대변인은 “구글의 제품은 우리가 정한 제도를 준수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곳에서 판매할 수 없다”면서 “우리는 인도네시아의 모든 투자자에게 공정성을 제공하기 위해 이같은 규칙을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현지 부품 규정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이폰16의 판매를 금지하겠다고 밝힌 지 일주일 만에 나왔다.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현지 공급업체와의 협력이나 부품 현지 조달을 통해 이러한 규정을 충족하기 위해 국내 부품 사용 비율을 높이는 경우가 많다.

다만 아이폰16은 애플의 인도네시아 공식 웹사이트에서 판매되지 않고 있으며,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 제품의 해외 구매도 차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도 현재 픽셀폰을 인도네시아에서 공식적으로 유통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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