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무게 48kg·95세 치매 할머니에 ‘테이저건’ 쏜 경찰관, 결국

치매 증상 보이던 95세 할머니, 새벽에 어슬렁
“나이프 들고 돌아다닌다” 신고에 출동한 경찰
보행기 잡고 있던 할머니에 3분 만에 테이저건 발사
  • 등록 2024-11-28 오전 6:41:45

    수정 2024-11-28 오전 6:41:45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호주의 한 요양병원에서 치매 증상으로 스테이크용 나이프 2개를 들고 다닌 95세 할머니에게 테이저건을 쏴 숨지게 한 경찰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호주에서 치매 증상을 보인 95세 할머니에 테이저건을 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BBC 방송 캡처)
27일 영국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오스트레일리아 뉴사우스웨일스 대법원이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크리스티안 화이트(34)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사건은 지난해 5월 17일 벌어졌다. 오전 4시쯤 캔버라 남쪽의 한 요양원에서 95세 클레어 나우랜드가 스테이크용 나이프 2자루를 들고 돌아다닌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된 것.

현장에 출동한 화이트 경사는 할머니에게 나이프를 내려놓을 것을 명령했으나 말을 듣지 않자 1.5~2m 떨어진 거리에서 테이저건을 발사했다.

테이저건에 맞은 할머니는 넘어지면서 머리를 땅바닥에 심하게 부딪쳤고, 뇌출혈로 현장에서 사망했다. 이는 그가 할머니를 발견한 지 3분 만의 일이었다.

당시 할머니는 한 손에는 나이프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보행기를 잡고 있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화이트 경사는 재판에 넘겨진 뒤 “(할머니가) 크게 다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그의 죽음에 나도 망연자실했다”면서 “무력 사용은 합당했고, (할머니의) 위협에 상응하는 조처였다”고 주장했다.

사건 발생 전 할머니가 요양원 직원에게 칼을 던지거나 다른 사람의 방에 무단으로 침입하는 등 공격적인 행동을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하지만 법원은 할머니가 치매를 앓고 있었으며 몸무게가 48kg 미만인 할머니를 상대로 테이저건을 쏜 것은 공권력 남용이라고 봤다. 또 할머니가 나이프를 들고 다녔지만 위협적이지 않았다는 다른 요양병원 거주자의 진술을 토대로 현장이 테이저건을 쓸 정도로 위협적이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경찰이 할머니를 발견한 지 불과 3분 만에 무기를 사용했다. 경찰이 참을성 없이 대응했다”며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현재 보석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는 화이트 경사의 형량은 추후 선고될 예정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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