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성의 제약국부론]혹한기 바이오벤처 생존법

"신약개발 지속하려면 탄탄한 현금창출원 확보해야"
당뇨약 바이오벤처 퓨젠바이오 김윤수 창업자 인터뷰
바이오 기술 접목한 화장품 대박, 신약개발 기틀 확보
올해 기능성 화장품 단일 품목 매출 400억 달성
수익창출원, 당뇨 근원 치료제 개발자금 활용
  • 등록 2024-11-29 오전 7:15:50

    수정 2024-11-29 오전 7:39:27

[이데일리 류성 바이오플랫폼 센터장] “10여년을 자체 매출 한푼없이 오롯하게 외부 유치자금으로만 사업을 지속해 나가야 하는 비즈니스 모델.”

대다수 K바이오 벤처가 당면하고 있는 엄연한 현주소다. 이런 사업구조는 바이오 투자에 대한 선호도가 높을 때는 별다른 탈이 생기지 않는다. 신약개발이 일정 및 계획대로 차근차근 진행되면, 대개 단계별로 투자금을 확보할수 있어 회사경영을 무리없이 이어갈수 있다. 이러면서 신약 기술수출이나 나아가 신약 상용화에 성공하게 되면 탄탄한 매출원을 확보, 외부 의존도를 낮추고 정상적인 기업으로 거듭나게 된다. 마치 온갖 외부 위험을 이겨낸 애벌레가 진화를 거듭해 나비로 비상하는 것과 비슷하다.

문제는 바이오 투자에 냉기류가 흐르면서 투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때다. 자체 매출이 전무하다보니 가장 먼저 신약개발에 들어갈 연구개발비가 고갈, 회사가 뿌리째 흔들리게 된다. 안타깝지만 지금 K바이오가 직면한 처지다. 실제 외부 돈줄이 막힌 상당수 K바이오 벤처가 고사직전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이미 자금난을 이겨내지 못하고 문을 받은 바이오 벤처도 넘쳐난다.

외부수혈에만 의존하면서 죽음의 계곡을 뛰어 넘으려 절치부심하고 있는 K바이오 벤처에 활로를 제시하고 있는 바이오 벤처가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당뇨병 치료제 개발을 주력으로 하는 바이오벤처 퓨젠바이오 얘기다.

김윤수 퓨젠바이오 창업자가 생산공장에 있는 균주배양시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회사 제공
퓨젠바이오는 세리포리아 락세라타라는 새로운 생물종(new species)의 생리 효능을 최초로 발견하고 이를 화장품, 기능성 식품, 치료제 등 다양한 분야에 접목, 활로를 확보한 생명공학 기업이다. 지난 2016년 회사 설립 초기부터 당뇨병에 대한 근원 치료제 개발에 주력해 왔다. 하지만 10여년이 넘게 소요되는 신약개발 기간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수익창출원이 절실하다고 판단, 중도에 기능성 화장품 사업에 본격 진출하는 전략을 폈다.

“당뇨 치료제 개발은 조단위의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여되는 것으로 지속적인 수익창출이 뒷받침이 되이 않을 경우 장기적인 추진이 매우 어렵다. 외부 자금에만 의존해 신약개발을 이뤄낸다는 것은 리스크가 너무 크다. 현재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기능성 화장품 사업은 우리의 당뇨병 치료제 개발을 성공으로 이끌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27일 이데일리에 인터뷰에서 김윤수 퓨젠바이오 창업자는 신약개발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캐시카우(수익창출원)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퓨젠바이오는 올해에만 ‘세포랩’이라는 에센스 화장품 1개 제품만으로 매출 400억원을 거뜬하게 올릴 정도로 부업인 화장품 사업에서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렸다. 특히 제품 광고나 마케팅 한번 하지 않고 제품의 효능을 경험한 소비자 입소문으로만 거둔 실적이어서 이례적이다. 세포랩은 올해 상반기 기준 GS홈쇼핑, 현대홈쇼핑에서 가장 많이 팔린 기초화장품으로 등극하기도 했다.

퓨젠바이오는 세리포리아 락세라타라는 소재로 당뇨병 치료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이 물질이 갖고 있는 세포 대사를 활성화하는 혈당조절 효능이 피부 세포를 건강하게 하는 효과도 있다는 데 착안, 세포랩을 개발했다.

“세포랩을 써본 고객들이 아토피 등 피부질환이 낫고, 얼굴 피부가 눈에 띄게 건강해진다고 지인들에게 적극 입소문을 내면서 없어서 못팔 정도로 대히트를 했다. 올해 10월말 기준으로 단일 제품으로만 판매량 300만병을 돌파했다.”

김창업자는 무수히 많은 제품과 브랜드가 쏟아지는 화장품 분야에서 TV광고, 유명 연예인 모델 없이 고객의 입소문 만으로 이런 대기록을 달성한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신규로 설립한 충북 음성배양센터가 올 6월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되면서 생산량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무신사, 마켓 컬리 등 주요 유통채널에 입점이 시작되었고 해외 시장 공급도 시작한 상황이다.”

그는 내년부터는 북미, 동남아 등 수출에도 적극 나선다는 전략이어서 매출 1000억원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했다. 사실 올해는 원료 생산량이 시장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신규 판매 채널 확보 및 해외시장 진출을 이뤄내지 못해 매출이 예상보다 작았다는 게 김창업자의 설명이다.

김윤수 퓨젠바이오 창업자. 회사 제공
“K뷰티가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K뷰티 1.0은 한류바람을 타고 아모레, LG가 주축이 되어 중국시장을 개척한 2010년대, K뷰티 2.0은 우수한 성분과 가격경쟁력으로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한 2020년대로 구분한다면 앞으로는 바이오 기술을 접목한 ‘K뷰티 3.0’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릴 것이다.”

그는 앞으로 K뷰티는 차별화된 바이오 기술을 화장품에 접목, 피부미용에 탁월한 효능을 지닌 제품이 리딩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 선봉에 한국을 대표하는 바이오 화장품 브랜드로 세포랩을 포진시키겠다는 게 김창업자의 목표다.

퓨젠바이오는 이에 앞서 안철우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과 교수팀과 함께 임상시험을 진행, 화장품의 원료로 쓰이는 세리포리아 락세라타가 당뇨병 전단계와 약을 복용하는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 당뇨병을 근원적으로 치료하는 효과를 확인한 바 있다.

그는 “최근 각광을 받고있는 위고비등 GLP1 기전의 약물은 결국 식욕을 억제하고 소화를 천천히 시켜 혈당을 낮추는 원리로 당뇨의 원인을 개선하지 못해 약물을 중단했을 경우 다시 요요가 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면서 “반면 세리포리아는 세포의 대사를 촉진, 혈당을 에너지로 전환시켜 당뇨의 근원을 개선하는 우수한 기전을 가지고 있다. 현재 후보물질 단계이지만 큰 잠재성을 가지고 있어 메이저 신약사들과 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고 귀띔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화장품 사업은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되던 위고비가 먼저 비만치료제로 허가받고 상용화 됐듯이 당사가 확보한 세리포리아 미생물의 첫번째 상용화 제품이다. 화장품 사업을 통한 수익원 창출은 향후 지속적인 당뇨병 근원 치료제 개발 및 상용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부업인 화장품 사업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본업인 당뇨병 치료제 개발이 느슨해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최종 사업의 목표는 ‘세상에 없는 당뇨병 근원 치료제 개발’이라고 단호하게 다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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