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교육부가 자초한 'AI 교과서'의 수난

  • 등록 2024-11-29 오전 5:00:00

    수정 2024-11-29 오전 5:00:00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내년 3월부터 도입될 예정인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AIDT)가 수난을 겪고 있다. ‘교과서 지위’를 잃을 위기에 처한 게 대표적이다.

교육부도 속도 조절에 나섰다. 국어·기술·가정은 AIDT 적용 교과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서다. 사회·과학의 도입 시기도 2027년으로 1년 미루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교육부는 2025년엔 수학·영어·정보 교과에, 2026년엔 국어·사회·과학·기술·가정에, 2027년엔 역사 등에 AIDT를 적용할 계획이었다.

이런 정책 후퇴는 사실 교육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AIDT는 교육청 재원으로 학교가 구독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기에 교육감들과의 공감대 형성이 최우선 과제였다. 하지만 AIDT에 대한 유예론은 공교롭게도 지난 9월 말 열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공식 거론됐다. 울산·충남교육감 등이 나서 속도 조절을 요구한 것이다. 이어 지난달 당선된 정근식 서울교육감도 여기에 힘을 실으면서 결국 교육부도 한발 물러서게 됐다.

물론 교육부의 AIDT 도입 취지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AI 기반 코스웨어를 적용, 학생 개개인의 수준별 학습을 통해 ‘잠자는 교실’을 깨우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입 시점을 2025년으로 박아놓고 밀어붙인 ‘속도전’이 결국 역효과를 불렀다.

교육부는 학생들의 디지털 기기 과몰입 우려에 대해서도 “제어할 수 있다”고 해명하지만, 아직 교과서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설득력이 부족했다. 여기에 세수 펑크로 인한 재정 문제까지 더해지며 교육감들의 반발을 샀다. 개발비에 수십억 원을 투입했음에도 탈락한 발행사들의 소송 가능성도 우려된다.

만약 국어·기술·가정 과목의 AIDT 도입 배제와 사회·과학의 도입 연기가 확정된다면, 교육부는 이를 AIDT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수학·영어에 대한 AIDT 도입은 예정대로 추진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실제 학교 현장에서 AIDT 도입 뒤 수포자·영포자가 줄었다는 평가를 얻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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