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의 도를 넘은 의정 독주가 거침없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28일 정부와 여당이 반대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농업 4법과 국회법·증언감정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29일에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헌정사상 처음으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야당 단독으로 정부 예산안이 처리됐다. 이어 민주당은 이창수 서울지검장을 포함한 검사 3명과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오늘 국회 본회의에 보고한 뒤 모레 표결 처리할 방침이다. 해병대원 채 상병 순직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 실시 계획도 모레 본회의에서 단독으로라도 채택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에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입법 폭주에 이은 예산 폭주”이며 “민생을 외면한 다수의 횡포”라고 비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민주당의 예산 행패로 민주당만 빼고 우리 국민이 모두 불행해진다”고 주장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방탄용 정쟁을 위해 정권을 흔들고 국정의 발목을 잡는 정략적 계산에 눈이 멀었다”고 비난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민주당 단독으로 처리된 법안들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줄 것을 건의할 방침이다.
국정 현안과 관련해 이견과 이해관계를 조율·조정하는 정치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정쟁만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양상이다. 국회 다수 의석을 기반으로 한 야당의 입법 권력과 대통령의 권한이 직접 충돌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취임 후 재의요구권 행사는 이미 25건에 이른다. 12년간 재임한 이승만 전 대통령의 45건을 제외하면 역대 최다다. 이런 식으로는 국정이 파행을 거듭할 수밖에 없고,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
윤 대통령의 ‘불통’이 여론의 질타를 받지만, 그렇다고 거대 야당의 입법 독주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이재명 대표 재판이 진행되는 와중에 검찰 예산을 칼질한 것을 비롯해 증액 없이 감액만 한 예산안을 단독으로 처리한 것은 누가 봐도 횡포다. 법적 요건이 불충분한 탄핵을 강행 추진하는 것은 헌정 질서를 흔드는 행위다. 민주당의 폭주에 한숨짓는 국민이 많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