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변화가 우리에게 위기일지 기회일지는 결국 우리가 그 흐름에 얼마나 잘 올라탈 수 있느냐에 달렸다. 지난 4년 동안 우리 기업들은 팬데믹을 비롯한 여러 어려움에도 미국 시장에서의 기회를 포착하고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노력해왔다. 이러한 기업들의 역량이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귀환할 새로운 미국 시장에서도 다시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여기에 더해 미국 수요 급증과 맞물려 전력 기자재와 에너지 인프라 분야에서도 우리의 경쟁력이 기대된다.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제조공장 설립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미국은 이를 충분히 공급할 전력 생산 기반이 부족하고 기존 설비는 대부분 노후화된 상태다. 따라서 미국 내 전력 시설 확충과 설비 개선을 위한 송배전 변압기 등 전력 인프라 수요가 상당한 만큼 우리 전력 기자재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 미국이 막대한 투자를 통해 집중적으로 육성하려는 AI와 바이오는 새로운 한·미 미래 협력 분야가 될 수 있다. 미국은 단순히 이 두 산업의 공급망을 내재화하려 하기보다 연구·개발에 집중 투자하여 글로벌 첨단산업 시장에서 리더십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미국에 진출한 AI 전문 기업은 트럼프 정부의 AI 규제 완화와 투자 정책을 통해 양국 기업 간 협력과 미국 시장 진입의 문이 더 넓어질 것이라고 보았다. 바이오 진출기업 역시 대선 이후 개편될 미국의 바이오산업 생태계에서 우리 기업과 현지 기업의 다양한 파트너십을 통해 미국 의약품 공급망에 진입할 기회가 확대될 것이라 예상했다. 이러한 기회들을 가능성이 아닌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기업이 기술협력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조선산업 분야에서 한·미 간 협력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바이든 정부가 우리의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산업의 기술과 생산 능력이 필요했던 것처럼 트럼프 정권도 새로운 분야에서 한국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증거다. 변화는 언제나 있다. 그리고 한국은 언제나 그랬듯 그 변화를 기회로 만들어 성장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