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판 돌려차기’ 사건, ‘국내 최장 형량’ 선고됐지만 [그해 오늘]

원룸 침입, 흉기 휘두른 뒤 성폭행하려던 중
남자친구가 제지…무차별적으로 흉기 찔러
저산소성 뇌 손상으로 인해 정신연령 낮아져
1심 징역 50년 선고→2심 징역 27년으로 감형
  • 등록 2024-12-01 오전 12:00:00

    수정 2024-12-01 오전 12:00:00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지난해 12월 1일 대구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이종길)는 성폭력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20대에게 징역 50년을 선고했다. 20대 여성의 원룸에 침입해 성폭행을 시도한 뒤 피해자의 남자친구까지 살해하려 한 남성에게 국내 사법 사상 최장기의 유기징역이 내려진 것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판결은 2심에서 파기되고 피고인은 징역 27년으로 감형받게 됐다. 재판부의 판단이 바뀌게 된 배경에는 어떤 상황이 존재했던 것일까.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이미지투데이)
미리 흉기 챙겨 범행…피해자들 중상

사건이 발생한 날은 지난해 5월 13일이었다. A씨는 이날 대구 북구에서 배달 업무를 하는 것처럼 주변을 서성이던 중 원룸으로 귀가하던 피해자 B씨를 뒤따라갔다.

이어 피해자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집에 침입한 뒤 미리 챙겨온 흉기를 꺼내 휘두르고 협박성 발언을 했다. 그는 반항하는 B씨를 억압하고 성폭행하려 했지만 때마침 현장에 들어온 B씨의 남자친구 C씨에 의해 제지당했다.

그러나 A씨는 범행을 멈추지 않았고 자신을 막는 C씨를 향해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렀다. 결국 C씨는 얼굴과 목, 등 부위를 수차례 찔려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고 말았다. C씨는 의료진이 가족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알릴 정도로 위중한 상태였지만 20시간이 넘는 수술을 받은 뒤 사건 40여일 만에 가까스로 의식을 회복했다.

그러나 저산소성 뇌 손상으로 영구 장애를 갖게 된 C씨는 수술 직후 정신연령이 5세에 불과하게 되고 일상생활에서 타인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등 완치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의료진 소견을 받게 됐다. 그는 인지치료 20회가량을 받고 나서야 중학생 정도의 정신연령을 갖게 된 것으로 파악됐다. 또 B씨는 손목동맥이 끊어졌으며 완벽하게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신경이 손상되기도 했다.

조사 결과 A씨는 사건 4일 전부터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A씨는 배달 기사로 일하고 있었는데 라이더 복장으로 건물에 있을 경우 별다른 의심을 받지 않는 상황을 이용해 성범죄를 저지르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었다. 그는 범행 하루 전날까지도 휴대전화로 ‘강간치사’, ‘살인사건’, ‘엘리베이터 살인사건’ 등을 검색했으며 범행 당일 흉기를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法 “일부 우발 범행, 피해자 호전돼”

재판 과정에서는 B씨가 증인으로 출석해 A씨의 범행으로 인한 고통과 정신적 충격을 호소했으며 피해자들의 가족과 지인들도 함께 엄벌을 탄원하기도 했다. 이후 1심 재판부는 검찰이 구형한 징역 30년보다 높은 징역 50년을 A씨에게 선고했다. 이는 유기징역형으로는 법이 정한 최장기 형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평생 치유하기 어려운 고통과 상처 속에 괴로워하고 있고 피해자들 가족들도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으로 심각한 정도의 충격을 받고 큰 피해를 입었다”며 “그런데도 피고인은 피해자들과 그 가족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했고 피해 회복을 위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이에 불복한 A씨 측과 검찰은 상고했고 2심 재판부는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27년으로 감형했다. A씨가 C씨에게 저지른 범행은 우발적으로 발생한 측면이 있고 C씨의 건강 상태가 호전된 것으로 보인다는 등 점에서였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했고 장래 유사한 모방범죄 발생을 막기 위한 차원에서도 피고인을 중형이 처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피고인이 수사단계에서부터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C씨를 위해 1억원을 형사 공탁한 점, 유사 사건 양형 사례 등에 비춰보면 유기징역을 가중한 법정 최상한인 징역 50년은 너무 무겁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A씨 측이 상고하지 않으며 형이 확정됐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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